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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또

[글또] 5.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

#1. 얼마 전 '원칙자들, 삼자대면 북토크'에 다녀왔다. 컨셉은 개발자, PM, 데이터 과학자 한 분씩 모시고 각자의 role에서 어떤 일들을 하시는지, 나아가 특정 상황에서 왜 그런 행동을 하시는지 나누는 것이었다. 여러 세션 중 개발자 파트는 인프렙에서 CTO로 계신 이동욱님이 맡아 주셨는데 그 분 께서 말씀 하셨던 것 중 인상 깊었던 내용이 있다. 

 

#2. '프로그래머에게 요구되는 것은 100점이 아닌 80 ~ 90 점 짜리 프로그램을 기한 내에 완성하는 일이다. (by 나카지마 사토시)'  이 문구와 함께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라는 이 책을 소개 해 주셨다. 이 책을 짤막하게 정리하면 전문가의 시간관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무리 급해도 항상 80 ~90점짜리 소프트웨어를 일정 내 개발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3. 사실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나는 업무에 등락이 있는 편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다 떨쳐내지는 못한 상태이다. 내가 쉽고 빠르게 가볍게 쳐내는 일인가 하면 부둥켜 안고 있는 일이 있다. 문제는 나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이 문제의 심각성을. 그래서 너무너무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든데, 그래도 직업인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최우선적으로 뜯어 고쳐야 하는 이 문제를 직면 하고자 마음 먹고 있던 차였다. 

 

#4. 오늘, 또 일을 미루고 말았다. 이 책 안에는 나 같은 사람들의 예시가 나온다.

역량은 충분한데도 늘 업무의 마감 기한을 넘기고 마는 A, 천재적인 재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그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T, 양쪽 모두 제시간에 일을 끝내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그것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5. 나를 두고 생각 해 보면 A와 같이 일처리에 필요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하지 못할 뿐 아니라, 내가 좋아하고 잘 하는 일은 후다닥 해내는 반면 내가 못한다고 생각하는 일 앞에서는 그저 당면한 일을 아주 큰 덩이로만 놓고 쪼개지 못하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판단이 되었다. 

 

#6. 이 책에서 나는 각각의 부분에 대한 클루를 찾을 수 있었다. 하나씩 짚어 보면 다음과 같다.

 

ㄱ) 일처리에 필요한 시간이 어느 정도인지 예측하지 못하는 문제. 이 문제는 내가 예상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전히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로 내가 어려워 하는 문제들은 복잡한 작업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고, 그렇다면 충분한 시간을 투자 할 수 있어야 하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마감 기한 내에 문제없이 일을 끝내려면 복잡한 작업부터 해결 할 필요가 있음에도 그것을 끝까지 미뤘다가 마감효과를 통해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ㄴ) 역량의 부족으로 못한다고 생각하는 일 혹은 선호하지 않는 일의 경우 문제를 쪼개어 해결하는 능력이 부족한 문제. 이 문제는 완전 다른 관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이런 대목들이 나온다. 

- 시간 관리법은 하기 싫은 일을 줄이기 위한 것. 결국 좋아하는 일에 더 많은 시간을 쏟기 위한 방법.
-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 공부란 그다지 내키지 않는 일이었다. 책상 앞에 붙어 앉아 있는 것 말고 다른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공부를 빨리 끝낼 수 있을까 머리를 굴렸다.
- 싫어하는 일을 그만하고 싶다면 효율화를 고민할 것.
-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싫어하는 일을 먼저 해치울 것 .
- 싫어하는 과목은 집중 할 수 없다면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답이다. 완전히 손을 놓을 수 없었기에 싫은 과목 공부하는 시간을 어떻게든 줄이고자 노력했다. 싫어하는 일은 아무리 그걸 붙잡고 있어도 집중할 수 없었다. 집중할 수 없다면 최대한 빨리 끝내는 게 답이다. 

 

하기 싫어서 미루는 것이 아니라, 하기 싫은 것부터 처리해서 나를 가볍게 하는 일. 그 방법을 정말 적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굉장히 practical한 방법론 중 하나로 본 책에서는 '로켓 스타트'라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 방법은 전체 기간의 20%를 사용해서 총 업무량의 80%를 처리하는 것이다. 20%의 기간 동안에 집중적으로 많은 일을 처리해, 가능한 한 마감일에 대한 리스크를 줄여가도록 하는 방법이다. 

 

#7. 중요한 건 기간이 아니라 일을 시작하자마자 로켓 스타트를 실천하는 것. 저항감이 드는 일을 마주 하는 건 여전히 너무 고통스러운 일이라 정말 고민이 크지만 일단 이 방법이라도 실천 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 글을 쓰며 드는 또 하나의 생각은 내가 저항감이 유독 높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점이다. 인정 하고 하지 않고는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인정을 하건 하지 않건 나는 해당 문제를 다루어야 하고 결국은 나에게 맞는 방법으로 해당 어려움을 극복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이 문제로 오랜 기간동안 다짐하고 또 노력했음에도 여전히 저항감이 어떤 특정 부분에서 너무 높다는 것은 아직 언어화 되지 않았지만 내 안의 어떤 부분이 해소되지 않아서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As-is라면, 좀 더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그 방법들을 하나하나 적용 해 보는 과정에서 문제를 보다 원만하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을 통해 To-be의 상태에 다다를 수 있도록 해야겠다. 

 

납기는 생명, 품질은 자존심 (from 미술가들이 보는 개성공단)

 

 

#8. 직장 상사분께서 해주셨던 말이 책에도 똑같이 나와 있어서 놀랐던 부분이 있다. 

결과물의 질이 낮아 비난을 받는 것보다, '시간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낙인 찍히는 것을 더 두려워 해야 한다.

 

이 문장의 전 문장들은 다음과 같다.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는 주장이 틀렸다는 소리가 아니다. 업무 완성도가 떨어지는 직원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하지만 욕심을 부리다 마감 기한에 쫓겨 정신 없이 일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전체 기간을 다 쓰고도 일을 끝내지 못한다면 상사의 신뢰를 잃고 말 것이다. 

 

지금 내게 필요한 건, 절치부심

 

#9. 절치부심. 비장한 각오로 노력한다는 뜻이다. 부끄럽지만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유독 나의 어떤 성향 혹은 기질이 업무의 편차를 크게 만드는 데 영향을 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런 내 약점을 딛고 일어 설 수 있도록 갈고 닦아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나 '제가 이런 성향이 있어서요...'라는 말 뒤에 숨을 수는 없으니까. 직면 해야 한다. 너무 힘들지만 직면 해 내야지. 

 

#10. 그래서 시간이 좀 흐르고 난 후에 '오늘, 또 일을 미루지 않았다. 당연 한 일이지만.' 이라고 생각하고 말 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